전문의제, 결국 전면개방으로 가나
77조3항 위헌 후폭풍 개원가 강타
‘11번째 전문의라도…’ GP 혼란 가중
최남섭 회장 “모든 경우의 수 로드맵 준비” 구체적 내용은?
치과전문의에게 표방한 전문과목 이외의 진료를 금지한 의료법 77조 3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치과계는 다시 한 번 전문의제로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의료법 77조 3항은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표시한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일부 전문의들이 의료법 77조 3항에 대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의료법 77조 3항은 즉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됐으며, 개원 중인 치과전문의는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전문과목에 해당되지 않는 환자도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소수정예 전문의는 사실상 무력화된 원칙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전문과목을 표방할 경우 표방한 전문과목 환자만을 진료해야 한다는 77조 3항이 소수정예 원칙이 무너진 상황에서 방패막이 되어줄 것이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소수정예 원칙과 77조 3항이 모두 무력화된 현재로선 치과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수개방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77조3항 위헌의 소지가 있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아직 위헌 판결이 난 것이 아닌데 그럴 필요는 없다”거나 “위헌 판결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이들을 원망하기도 한다.
A 원장은 “2년 전 치협 정기대의원총회 때도, 또 올해 정기대의원총회 때도 11번째 전문의를 신설하는 것을 포함한 경과조치 안이 올라왔다. 2년 전에 통과시켜 준비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적어도 올해 대의원총회서 이를 통과시켰더라면 지금보단 덜 혼란스러웠을 것 아니냐”면서 “이를 강하게 반대했던 이들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총회에서 “아직 의료법 77조3항이 살아있다. 이 조항이 헌소에 가서 지면 바뀐 상황에 따라 전 회원의 의견을 총회에서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던 경기지부 이상훈 대의원은 헌소 판결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했다.
“다수개방안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한 그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필요하다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다.
치협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정기대의원총회 전날 열린 지부장회의에선 복지부가 내놓은 전문의제 개선방안을 통과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다. 복지부가 직접 정기대의원총회를 찾는 성의를 보이며 내놓은 이번 개선방안은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수행자에 대한 우선적 경과조치 부여와 기존수련자에 경과조치 부여 △새로운 전문과목 신설을 통한 미수련자,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에 (가칭)치과통합임상전문의 자격 취득기회 부여 등이 골자였다.
지부장회의서 전북지부 신종연 회장이 지부장들을 설득했으나, 이상호 지부장협의회장이 최남섭 회장에게 집행부의 의중을 물었을 때 최 회장이 “과거 대의원 총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집행부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지부장회의서 결국 이러한 결정이 무산된 것.
B 원장은 “많은 정성을 쏟은 개선방안을 내놓았음에도 정기대의원총회서 부결되는 것을 직접 확인한 복지부가 과연 11번째 전문과목 신설과 같은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 줄지 의문스럽다”면서 “이제 치협이 오히려 복지부에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정기대의원총회서 복지부 개선안이 통과됐더라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다. 따라서 현 집행부도 이런 상황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전에는 전문의 표방이 시작되면 교정과나 구강외과 수련을 받은 일부 치과의사들만 피해를 볼 거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되면 보철과나 치주과 전문의들이 전문의를 표방하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 가장 큰 피해는 GP가 입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복지부 측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판결에 따라 치과치료 등에 있어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의제에 대해 치협과 적극 협의할 것임을 덧붙였다.
이제 결국 모든 것은 치협에 달렸다.
치협 측은 “지부장협의회를 요청하는 등 의견수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갈 길은 멀고, 마음은 급하다. 최남섭 회장은 기관지를 통해 “이미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로드맵이 준비돼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로드맵’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없는 상황이다.
77조 3항 위헌 판결로 개원가는 대혼란에 빠졌다. 발등에 당장 불이 떨어졌다. 치협의 영민한 대처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조미희기자
원문출처 http://www.dental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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